활자중독으로 가는 길/독후감

북리뷰 아주 편안한 죽음 by 시몬 드 보부아르

히않하뇌 2023. 3. 26. 00:05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시몬 드 보부아르의 기록
 

아주 편안한 죽음 표지

 
 
나는 어떤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인가.
 
모든 것이 영원할 것이라 속삭이는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우리의 죽음마저도 결코 오지 않을 그 무엇인가로 착각하며 살아간다. 
 
착각.
 
그렇다. 그래서 어느 순간 죽음이 그 모습을 드러낼 때, 우린 소스라치게 놀라고, 부정과 분노의 단계를 거쳐 몰아치는 후회의 파도에 잠식된다. 
 
사실, 30살이 넘어선 어느 순간부터 내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자연스러운 죽음이다. 잠자다가 죽는 삶. 고통없이 내쉬는 숨결 한번에 떠나는 삶. 무엇보다도 이루기 어려운 것, 진부한 표현을 빌리자면 그야말로 신의 영역에 있는 그 끝이, 사실 내가 가장 간절히 바라는 내 소망이다. 
 
책에서 보부아르는 말한다. 어머니와 자신은 삶을 사랑했다고. 그래서 죽음을 두려워 하는 것이라고. 
퇴근길에 문득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죽음이 두렵지 않은 이는 누구일까? 아마도 삶이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이들이 아닐까? 괴로움과 우울, 힘듦에 허덕이는 삶을 살아온 이들에게만큼은 죽음은 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하고. 구원까진 아니더라도 일종의 휴식 처럼 다가오진 않을까 하고 말이다.
 
책 말미에서 보부아르가 했던 말처럼, 죽음은 우리 모두가 거쳐가야 하는 것이지만 혼자서 겪어내야 한다는 점이 무섭고 또한 두렵다. 인생의 어느 부분, 내가 죽음을 마주할 때 이런 두려운 감정을 포용할 수 있기를 그로인해 죽음이 나를 덮쳐버리기 전에 내가 먼저 나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자연스러운 죽음은 없다. 인간에게 닥친 일 가운데 그 무엇도 자연스러운 것은 없다. 지금 이 순간 인간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 이는 그 자체로 세상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 하지만 각자에게 자신의 죽음은 하나의 사고다. 심지어 자신이 죽으리라는 걸 알고 이를 사실로 받아들인다 할지라도, 인간에게 죽음은 하나의 부당한 폭력에 해당한다._p153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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