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중독으로 가는 길/독후감

북리뷰 가녀장의 시대 by 이슬아

히않하뇌 2023. 3. 28. 23:51

가녀장의 시대 진짜 너무 재밌다! 다들 읽었으면 두번 세번 백번 읽었으면!

가녀장의 시대 표지

 

★★★★☆

 

전복적이면서도 가볍고 과감하면서도 재미있는 소설.

아니 무엇보다 너무 재밌다. 재밌어서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제목에서 짐작가다 시피 이 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가부장제를 살짝 비틀어 父가 있어야 할 자리에 女, 즉 딸을 집어 넣어 전개되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니 사실, 주인공 이슬아와 그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것은 사회에 대한 이야기다.

 

문득 이 책이 이렇게 재미있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다. 만약 아들 중심으로 돌아가는 가족 형태였다면 ? 재미있지 않다. 아니, 우린 너무 아들만을 숭배하고 쩔쩔매는 가족 형태를 익숙히 봐 왔다. 그것은 차기 가부장을 떠받드는 형태로 가부장제 그자체이며 예로부터 끊임없이 무한히 숨막히게 반복되고 있는 그것이다. 만약 母 중심으로 돌아가는 가족 형태였다면? 이건 좀 재미있어 보인다. 가족 내 위계서열 2위 내지는 3위(아들이 있을 경우 아들에게 2위 자리를 내어주므로)인 어머니가 위계의 정점에 서 있는 형태 또한 사회질서의 전복으로 그것 나름대로 재미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딸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이야기만큼은 아니었을 것이다. 왜냐면 딸은 가족의 위계서열에서 대개 가장 최하위에 위치해 있는 자이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딸을 권력의 최정점에 놓아두고 전개되는 이 소설이 그저 가족의 일상을 묘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과감하고 전복적이며 독자들은 자꾸만 통쾌함을 느끼며 웃음을 참을 수가 없는 것이다. 

 

소설 속에서 딸이자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녀장 이슬아는 자신의 모부 복희와 웅이를 직원으로 고용한다. 직장모드 일 때 그들은 서로 존대한다. 아주 낯설고 신선하면서도 재미있는 부분은 父인 웅이가 슬아에게 깍듯이 존댓말을 사용하는 부분이다.

 

그는 딸을 존경한다. 

 

딸을 존경하는 아빠. 30년이 넘는 평생 가부장제에 뇌가 절여진 나에게 아주 낯선 문장이다. '아내를 존경하는 남편' 보다 더 과감하고 낯설고 조금은 불경한 느낌도 주는 문장이다. 하지만 더욱이 그래서 한편으론 가슴이 트이는 기분이다. 나도 존경받을 수 있다는, 그동안 나 스스로조차 자신에게 제대로 된 존중을 하지 않고 살았다는 사실을 깨우쳐주는 듯한 충격을 준다. 

 

이 소설은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이 새로운 가족 형태는 오묘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어 자꾸만 어딘가에 실존 할 것만 같다. 거짓인 걸 알면서도, 사실을 쓴 것만 같다. 꼭 마술적 리얼리즘 같다. 또 한편으론 가부장제와 가녀장의 차이점을 직시하게 한다. 가부장제에는 뚜렷한 위계질서와 그를 유지하기 위한 억압과 피지배가 존재하지만 가녀장은 아니다. 쓰는 언어의 형태부터가 다르다. 가녀장제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존대한다. 물론 그 사이에 위계는 존재하지만 그것은 상호 존중과 배려로 유지된다. 가녀장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상호존중은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서 사회, 더 나아가 자연으로까지 확장된다. 그들은 식당 종업원을 존중하며 육식을 지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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