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중독으로 가는 길/독후감

(북리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밀란쿤데라

히않하뇌 2023. 7. 14. 19:15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 책이 흥하게 된 데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목이 9할은 한 것 같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표지

 

★★★

 

책을 읽은 지 백만년이 지나... 기억과 감흥이 꽤나 풍화되었지만 금요일 오후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아 독후감을 써본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책의 6부 '대장정'과  7부 '카레닌의 미소'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뜯어버린 후 가장 애정하는 책장 목록에 넣어 놓고 싶다.

 

6부 대장정을 읽기 전까진  '이 (쓰레기 같은)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하는가'하는, 재미도 없고 공감도 가지 않는 책을 읽을때 늘상 하던 번뇌와 짜증을 안고 꾸역 꾸역 책장을 넘겼는데 덕분에 진도도 매우매우 더디게 나갔었다. 하지만 고생끝에 낙이 오리니, 6부를 여는 순간 드디어 공감과 사유라는 것을 할 수 있는 문장의 등장이 어찌나 반가웠던지, 고진감래라는 사자성어는 필시 이러한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리라. 아니 어쩌면 1~5부에 걸친 개소리의 향연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워 오히려 정신을 제대로 붙들고 말을 꺼내는 6부와 7부의 가치가 더욱 빛났다 하겠다. 

 

서론은 이정도로 하고, 결국 마지막장까지 책을 덮고 나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라는, 이 훌륭한 제목을 이 글에 붙일 생각을 한 작가의 탁월함에 박수를 치게 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책이 이렇게까지 명성을 얻을 수 있게 된 데에는 제목이 9할의 역할을 했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 열한 글자는 이 제목을 그저 읊는 것만으로도 간지가 철철 흘러나오는 후광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제목만으로도 책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아주 hook 으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다. 아 왜 짜장면 안오지...

 

책을 요약하자면 결국 우리 삶의 가벼움과 무거움에 관한 것이라고 하겠다.

 

 

 

“Muss es sein?" (그래야만 하는가?)
"Es muss sein!"  (그래야만 한다!)

 

 

이것은 베토벤 작품 중 현악4중주 16번에 적인 문구라고 하는데 작중에 심심치 않게 등장할 뿐만 아니라 소설의 주제를 관통하는 문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의무와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간다.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 어쩌면 그냥 여태까지 그렇게 해왔고, 남들이 나에게 그런 역할을 기대하고, 으레 그런 상황에서 그런 행동이 기대되기 때문에 우리는 제대로 의문을 제기할 기회도 갖지 못한 채 그렇게 살아간다. 아니 어쩌면 수많은 사람들이 이미, 지금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이거 이렇게까지 해야 돼?"

 

하지만 질문은 곧 관습에 묻히고 사회적 관습이 짓누르는 상황 속에서 개인의 미약한 질문은 금새 고개를 떨구게 된다. 

 

사실 '이렇게까지 해야 돼?"라고 물으면 할 말은 없다. "그래야만 하는가?" 에 대한 질문. 생각을 해보자. 사실 우리의 삶 그 어떤 것도 '그래야만 하는 것'은 없다. 그냥 하는 것이다. 그렇게 사회에서 기대되니까. 그것이 개인 각자가 짊어진 사회적 역할이니까. 그렇게 해왔으니까. 그렇게. 

 

이렇게 하나 둘씩 늘어나 끝도없는 의무를 짊어지다 보면 삶은 점차 무거워진다. 의무감에 짓눌려 숨을 쉴수 없게 된다. 

엄마의 역할. 아내의 역할. 딸의 역할, 가족구성원으로서의 역할. 그 외 알파로 붙는 사회속 위치에 따른 수많은 역할들...

 

 

 

짜장면 배달이 와서 먹고 왔더니 배부름과 비례하게 뇌 활동이 둔해져 버렸다...

 

어쨋든 짧게 말하자면 그거다. 그런 역할들 의무감들. 그것들에 대해 "그래야만 하는가?" 하고 물었을 때

"그래야만 한다!" 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무거운 인생을 살게 되는것이고

대답하지 않는 사람은 가벼운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이다.

 

일례로 책 속의 사비나는 모든 사회적 역할과 의무를 벗어던져 가벼운 삶 그 자체를 살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에게 사회적 역할이라는 멍에가 씌워 질 것 같으면 재빨리 그것을 배신하고 도망을 가 가벼운 삶, 자유로운 삶을 영위한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그는 어느정도 의무감에 짓눌리는 삶, 그런 무거운 삶을 동경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삶의 형태일 뿐이다.정답은 없다. 그저 적당한 무게감과 가벼움 사이를 흔들리면서 왔다갔다 하는 일상만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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